2025년 4월 14일, 과학계에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라이스 대학교 연구진이 50년 넘게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양자 현상, 바로 초방사상 전이(Superradiant Phase Transition, SRPT) 를 고체에서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양자컴퓨터의 성능과 확장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방사상 전이(SRPT)란 무엇인가?
초방사상 전이는 다수의 양자 입자들이 전자기장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면서,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양자 상태를 전이하는 현상이다. 1973년 '디케(Dicke)' 모델로 이론화됐지만, 극도로 까다로운 실험 조건 때문에 50년 넘게 실제 구현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왔다.
이 현상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 양자컴퓨터가 하나하나 입자를 제어하는 데 비해, 수많은 양자 입자를 한꺼번에 집단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양자컴퓨터의 확장성과 처리 속도 향상에 있어 혁신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핵심: 고체에서 구현
라이스대 연구팀은 에르븀(Er), 철(Fe), 산소(O) 로 이루어진 에르븀 페라이트(ErFeO₃) 라는 고체 자성체를 이용해 초방사상 전이를 실험적으로 관측했다. 에르븀 페라이트는 스핀파(마그논)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양자 상태가 비교적 오래 유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 고체를 영하 200도로 냉각하고, 7테슬라(지구 자기장의 10만배 수준) 의 초강력 자기장에 노출시켰다. 이후 수많은 스핀들이 하나의 거대한 입자처럼 동시에 반응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특히 결합 강도를 정밀 조정하여 임계 결합 강도(critical coupling) 를 넘겼을 때, 특정 진동 모드의 주파수가 0에 수렴하는 '소프트모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포착해 초방사상 전이가 발생했음을 검증했다.
왜 이게 중요한가?
- 확장성 문제 해결: 기존 양자컴퓨터는 소수의 큐비트만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었다. 초방사상 전이를 활용하면 수많은 큐비트를 집단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된다.
- 양자 하드웨어 설계 혁신: 입자 하나하나를 정밀하게 제어할 필요가 없어, 하드웨어 복잡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 양자 센서·컴퓨팅 기술 향상: 집단 양자 상태를 활용하면 센서 감도와 계산 정확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라이스대 김다솜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고체 기반에서 집단 양자 현상을 실험적으로 구현한 첫 사례"라며, "양자센서와 양자컴퓨터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방사상 전이 구현의 난이도
초방사상 전이가 실험적으로 구현되기 어려웠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강력한 전자기장 결합 필요: 수많은 입자가 하나의 전자기장과 매우 강하게 결합해야 한다.
- 완벽한 공진 조건: 모든 입자가 동일한 에너지 상태를 가져야 한다.
- 잡음과 외부 간섭 최소화: 미세한 온도 변화나 외부 소음만으로도 양자 상태가 무너진다.
이번 라이스대 연구는 이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앞으로의 전망
이번 연구는 단순한 이론 검증을 넘어 실제 양자컴퓨팅 시스템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향후에는 고체 기반 대규모 양자 집단 제어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양자컴퓨터 설계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양자센서나 양자네트워크 분야에서도 초방사상 전이를 기반으로 한 초정밀 측정 기술이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체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은 실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며, 실험 조건이 점차 완화되면 상업용 양자 장비에도 적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